이그조띠끄(Exotique) 하우스는 지중해의 강렬한 햇볕을 담은 빛바랜 잉크가 뿜어내는 빈티지한 멋을 사랑하며 예술로 은유하는 빈티지 공간 디렉터의 집입니다.
저절로 눈이 가고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가 보면 그 끝에는 항상 이국적이고 오래된 것, 동서양의 양식이 혼재된 것들이 존재했습니다.
삶과 일에서 고유한 나다움을 찾고자 하는 바램이 컸는데, 그 진한 갈증이 이국적인 호기심을 향한 낯선 여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다른 세계, 즉 ‘일상을 떠난 비일상적인 곳’ 을 향한 관심과 환상이었습니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여행을 가기 전에는 그 나라 역사를 공부하는데, 벼룩시장에 가면 그 역사와 맞닿아 있는 것들이 보이곤 합니다. 머무는 여행지마다 의식처럼 들르던 벼룩시장의 수북하게 쌓인 빛바랜 사물들을 바라보면서 거기에 깃들인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축적된 시간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그저 알 것만 같은 모호한 느낌이었지만 꽤나 분명했습니다. 폐허가 된 유적지가 건네는 허무의 무드를 좋아하는데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퇴색하고 낡은 물건이 주는 쓸쓸함과 고루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많은 오래된 것 중에서 뭔가를 얻는 순간 그 물건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게 되고 또 나만의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저의 빈티지 애정은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재미에서 시작했습니다. 빈티지의 매력은 비밀스런 사연이 있는 물건에 내 비밀을 덧대며 ‘유일함'이 되어가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기독교와 이슬람 양식이 섞인 건축 양식과 패턴을 보고 ’대비된 것들의 충돌‘ 이 만들어 내는 극적 이미지를 제 작업의 주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고풍스러움과 이슬람의 기하학적인 아라베스크 문양과 색채가 섞여 이질적인 충돌이 오묘한 조화를 만드는 풍경.
고요한 적막 속에 오렌지 향기만 간간이 감각을 자극하는 골목에서 언뜻 들여다본 주택의 내밀한 중정은 질투가 날 만큼 신비롭고 아늑했습니다.
그 날부터 햇살이 쏟아지는 중정이 있는 집에 독특한 세비야풍 타일로 인테리어를 하고 살겠다는 로망을 품었습니다.
by 하우스테이너 빈티지 서사(敍事)
하우스테이너 이그조띠끄(Exotique) 입니다. 문명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다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후 연극 무대와 영화 미장센에 흥미를 느껴 공간 연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공간과 예술을 화두로 상업 공간 컨셉 스타일링, 하우스 인테리어 스타일링, 이벤트 테마 스타일링 분야에서 활동 중입니다. 자유롭고 의외의 시도를 읽을 수 있는 공간, 미묘한 이국적 뉘앙스와 예술 감성으로 개인의 취향과 브랜드 철학을 큐레이션한 공간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 스타일은 클라이언트의 철학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컨셉을 만들고 내러티브를 오감으로 전개합니다. 시각적으로 직관적인 미감을 지니면서, 보이지 않는 고유한 관념이 공존하며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공간을 만드는데 몰입합니다.
먼저 시공할 공간과 클라이언트의 사적 취향과 관련한 궁금한 점들을 빼곡하게 정리합니다. ‘이 공간에서 가장 바라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같은 기초적인 물음부터, 가장 매혹적인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혹시 세계사나 한국의 역사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대가 있나요? 같은 질문들이 공간을 구현하는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공간은 유기체이기에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가치관이 반영되어야만 공간과 애틋한 관계를 맺고 심적으로 풍성한 밀도의 서사가 생긴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색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소 톤다운 된 깊은 색조, 햇살에 한 톤 바랜 듯한, 해가 흩고 지나간 해변가 분위기의 색감을 찾아 빈티지한 관능미와 고급스러움을 조화시킵니다.
공간에서 시각적인 중심을 잡아줄 인상적인 시그니처 오브제를 선택해서 힘을 싣고 나머지는 조금 느슨하게 펼쳐내서 각각의 모양과 색의 이미지들이 만들어 내는 강약의 리듬감을 즐깁니다. 어떤 공간이든 그 안에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저 감탄할 풍경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팬던트 조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거실의 샹들리에 팬던트를 너무나 애정합니다. 화려한 형태지만 크리스탈 투명함 때문에 과해 보이지 않아 어떤 공간, 어떤 색채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며 우아한 공간으로 만들어줍니다.
거실에 있는 코너장은 영국 엘리자베스 1세 때 체스트를 리프로덕션한 빈티지 가구로 10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삼각형 형태의 코너장이어서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공간 모서리를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특히 납으로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전통방식 유리를 보면 시간을 한참 거슬러 과거 시절로 회귀한 것 같아 은밀함을 간직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예술을 찬미합니다. 동시대적인 것보다는 과거 한 시대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미술사에 근간한 작품이 제가 찬미하는 예술입니다. 예술을 향한 진심으로 여러 차례 유럽 곳곳을 돌며 매일매일 온종일 미술관만 방문해서 도판으로만 보아온 예술 작품을 직접 대면했습니다. 비록 예술가는 못될지라도 이 모든 예술을 향유하며 살리라! 그렇게 직접 체화한 감각 한 조각쯤 내 작업 한 켠에 스며들게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켜켜이 쌓여, 제 개인 공간과 작업하는 곳 모두 근본적으로는 이국적인 문화에 뿌리를 둔 우아하고 예술적인 공간이 되기를 추구합니다. 제 삶과 작업에 서린 온갖 영감은 때로는 즉흥적으로 때로는 애써 읽고 이국으로 떠난 책과 여행길에서 얻었습니다. 여행에 품은 영감은 책에서 얻는 셈이고, 앞으로 저를 표현하게 될 모든 키워드와 행복했던 절정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서울 아차산 자락, 1979년 작고 오래된 단독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습니다. 가로수길 레벤즈 하우스에서 점화된 ‘나를 담은 공간’을 향한 열망이 한 단계 더 도약하며 ‘공간을 창조하는 나의 일’로 외연을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그에 어울릴 법한 공간을 찾아다니며, 20여년 정든 곳을 떠나 난생 처음 와본 동네에 단 두 번 집을 보고 덜컥 계약을 해버렸습니다.
1970~90년대 집들이 오밀조밀한 조금은 낙후되고 오래된 동네에, 집 곳곳에서 시대를 버틴 나름의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을 살만한 곳으로 꾸미며 세월의 흔적이 담겨있는 개성 있고 오래된 빈티지로 공간을 채웠습니다.
이 집과 이 동네에 남은 유산을 살리며 품으려고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집을 리모델링했습니다. 그 길고 험난함은 보편적이지 않은 삶의 궤적을 그려온 방황 많던 저 스스로와 화해하는 과정이었으며 나다운 삶을 공고히 구축하는 리추얼적인 의식이기도 했습니다.
상상보다 더 많이 닥친 위기를 극복하며 성취한 집 리모델링과 삶을 통찰하는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유의미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집 구조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규정하기 마련입니다. 좋은 공간은 지극히 사적인, 그 사람만의 철학과 취향이 있어야 합니다. 이 집은 타인의 공간을 흉내 내거나 유행하는 인테리어가 아닌, 제 라이프스타일과 욕구를 편안하게 담아내어 아끼는 사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구상했습니다.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직업이라 가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려면 저만의 작업실이 필요합니다. 그 작업실은 제가 희망하는 잘 사는 삶의 단면을 모아 한 곳에 풀어 놓은 곳이어야 했습니다. 일상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고, 오롯이 좋아하는 가치관과 미학으로 채운 공간으로.
그렇게 집과 스튜디오,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을 아우르며 새로운 관계가 벌어지는 열린 작업실로 완성했습니다. 더불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작은 갤러리 같은 곳입니다. 공간, 예술, 여행, 책, 리추얼 주제로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것을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해하기 쉽고 친밀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같은 철학과 가치관을 공유하듯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집을 공유하며 진솔한 가치와 균형 잡힌 유희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집에서 취향 모임이나 커뮤니티로 새로운 방식의 문화와 행복을 가꿀 계획입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이야기하고 내가 거둔 성취를 자기 안에만 가두는 것이 아닌, 나의 지나간 시간을 살고 있을 이들이나 같은 세대 친구들에게 건네는 위로들.
고유한 한 사람의 정서적 도피처가 될 만한 그런 곳. 누군가 방심하며 이곳에 머무르다 보낸 몇 시간이 여태껏 인식하지 못한 다른 삶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속삭임.
우리 집에 맑은 향을 사르고 음악을 틀며, 조용히 차와 와인 한 잔을 기꺼이 내주고 싶은 분들을 초대합니다:)
이그조띠끄 하우스 사진 더보기 → https://naver.me/xmPAU36Z
이그조띠끄(Exotique) 하우스는 지중해의 강렬한 햇볕을 담은 빛바랜 잉크가 뿜어내는 빈티지한 멋을 사랑하며 예술로 은유하는 빈티지 공간 디렉터의 집입니다.
저절로 눈이 가고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가 보면 그 끝에는 항상 이국적이고 오래된 것, 동서양의 양식이 혼재된 것들이 존재했습니다.
삶과 일에서 고유한 나다움을 찾고자 하는 바램이 컸는데, 그 진한 갈증이 이국적인 호기심을 향한 낯선 여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다른 세계, 즉 ‘일상을 떠난 비일상적인 곳’ 을 향한 관심과 환상이었습니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여행을 가기 전에는 그 나라 역사를 공부하는데, 벼룩시장에 가면 그 역사와 맞닿아 있는 것들이 보이곤 합니다. 머무는 여행지마다 의식처럼 들르던 벼룩시장의 수북하게 쌓인 빛바랜 사물들을 바라보면서 거기에 깃들인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축적된 시간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그저 알 것만 같은 모호한 느낌이었지만 꽤나 분명했습니다. 폐허가 된 유적지가 건네는 허무의 무드를 좋아하는데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퇴색하고 낡은 물건이 주는 쓸쓸함과 고루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많은 오래된 것 중에서 뭔가를 얻는 순간 그 물건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게 되고 또 나만의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저의 빈티지 애정은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재미에서 시작했습니다. 빈티지의 매력은 비밀스런 사연이 있는 물건에 내 비밀을 덧대며 ‘유일함'이 되어가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기독교와 이슬람 양식이 섞인 건축 양식과 패턴을 보고 ’대비된 것들의 충돌‘ 이 만들어 내는 극적 이미지를 제 작업의 주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고풍스러움과 이슬람의 기하학적인 아라베스크 문양과 색채가 섞여 이질적인 충돌이 오묘한 조화를 만드는 풍경.
고요한 적막 속에 오렌지 향기만 간간이 감각을 자극하는 골목에서 언뜻 들여다본 주택의 내밀한 중정은 질투가 날 만큼 신비롭고 아늑했습니다.
그 날부터 햇살이 쏟아지는 중정이 있는 집에 독특한 세비야풍 타일로 인테리어를 하고 살겠다는 로망을 품었습니다.
by 하우스테이너 빈티지 서사(敍事)
하우스테이너 이그조띠끄(Exotique) 입니다. 문명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다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후 연극 무대와 영화 미장센에 흥미를 느껴 공간 연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공간과 예술을 화두로 상업 공간 컨셉 스타일링, 하우스 인테리어 스타일링, 이벤트 테마 스타일링 분야에서 활동 중입니다. 자유롭고 의외의 시도를 읽을 수 있는 공간, 미묘한 이국적 뉘앙스와 예술 감성으로 개인의 취향과 브랜드 철학을 큐레이션한 공간 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 스타일은 클라이언트의 철학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컨셉을 만들고 내러티브를 오감으로 전개합니다. 시각적으로 직관적인 미감을 지니면서, 보이지 않는 고유한 관념이 공존하며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공간을 만드는데 몰입합니다.
먼저 시공할 공간과 클라이언트의 사적 취향과 관련한 궁금한 점들을 빼곡하게 정리합니다. ‘이 공간에서 가장 바라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같은 기초적인 물음부터, 가장 매혹적인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혹시 세계사나 한국의 역사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대가 있나요? 같은 질문들이 공간을 구현하는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공간은 유기체이기에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가치관이 반영되어야만 공간과 애틋한 관계를 맺고 심적으로 풍성한 밀도의 서사가 생긴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색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소 톤다운 된 깊은 색조, 햇살에 한 톤 바랜 듯한, 해가 흩고 지나간 해변가 분위기의 색감을 찾아 빈티지한 관능미와 고급스러움을 조화시킵니다.
공간에서 시각적인 중심을 잡아줄 인상적인 시그니처 오브제를 선택해서 힘을 싣고 나머지는 조금 느슨하게 펼쳐내서 각각의 모양과 색의 이미지들이 만들어 내는 강약의 리듬감을 즐깁니다. 어떤 공간이든 그 안에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저 감탄할 풍경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팬던트 조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거실의 샹들리에 팬던트를 너무나 애정합니다. 화려한 형태지만 크리스탈 투명함 때문에 과해 보이지 않아 어떤 공간, 어떤 색채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며 우아한 공간으로 만들어줍니다.
거실에 있는 코너장은 영국 엘리자베스 1세 때 체스트를 리프로덕션한 빈티지 가구로 10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삼각형 형태의 코너장이어서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공간 모서리를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특히 납으로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전통방식 유리를 보면 시간을 한참 거슬러 과거 시절로 회귀한 것 같아 은밀함을 간직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예술을 찬미합니다. 동시대적인 것보다는 과거 한 시대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미술사에 근간한 작품이 제가 찬미하는 예술입니다. 예술을 향한 진심으로 여러 차례 유럽 곳곳을 돌며 매일매일 온종일 미술관만 방문해서 도판으로만 보아온 예술 작품을 직접 대면했습니다. 비록 예술가는 못될지라도 이 모든 예술을 향유하며 살리라! 그렇게 직접 체화한 감각 한 조각쯤 내 작업 한 켠에 스며들게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켜켜이 쌓여, 제 개인 공간과 작업하는 곳 모두 근본적으로는 이국적인 문화에 뿌리를 둔 우아하고 예술적인 공간이 되기를 추구합니다. 제 삶과 작업에 서린 온갖 영감은 때로는 즉흥적으로 때로는 애써 읽고 이국으로 떠난 책과 여행길에서 얻었습니다. 여행에 품은 영감은 책에서 얻는 셈이고, 앞으로 저를 표현하게 될 모든 키워드와 행복했던 절정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서울 아차산 자락, 1979년 작고 오래된 단독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습니다. 가로수길 레벤즈 하우스에서 점화된 ‘나를 담은 공간’을 향한 열망이 한 단계 더 도약하며 ‘공간을 창조하는 나의 일’로 외연을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그에 어울릴 법한 공간을 찾아다니며, 20여년 정든 곳을 떠나 난생 처음 와본 동네에 단 두 번 집을 보고 덜컥 계약을 해버렸습니다.
1970~90년대 집들이 오밀조밀한 조금은 낙후되고 오래된 동네에, 집 곳곳에서 시대를 버틴 나름의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을 살만한 곳으로 꾸미며 세월의 흔적이 담겨있는 개성 있고 오래된 빈티지로 공간을 채웠습니다.
이 집과 이 동네에 남은 유산을 살리며 품으려고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집을 리모델링했습니다. 그 길고 험난함은 보편적이지 않은 삶의 궤적을 그려온 방황 많던 저 스스로와 화해하는 과정이었으며 나다운 삶을 공고히 구축하는 리추얼적인 의식이기도 했습니다.
상상보다 더 많이 닥친 위기를 극복하며 성취한 집 리모델링과 삶을 통찰하는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유의미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집 구조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규정하기 마련입니다. 좋은 공간은 지극히 사적인, 그 사람만의 철학과 취향이 있어야 합니다. 이 집은 타인의 공간을 흉내 내거나 유행하는 인테리어가 아닌, 제 라이프스타일과 욕구를 편안하게 담아내어 아끼는 사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구상했습니다.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직업이라 가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려면 저만의 작업실이 필요합니다. 그 작업실은 제가 희망하는 잘 사는 삶의 단면을 모아 한 곳에 풀어 놓은 곳이어야 했습니다. 일상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고, 오롯이 좋아하는 가치관과 미학으로 채운 공간으로.
그렇게 집과 스튜디오,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을 아우르며 새로운 관계가 벌어지는 열린 작업실로 완성했습니다. 더불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작은 갤러리 같은 곳입니다. 공간, 예술, 여행, 책, 리추얼 주제로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것을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해하기 쉽고 친밀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같은 철학과 가치관을 공유하듯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집을 공유하며 진솔한 가치와 균형 잡힌 유희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집에서 취향 모임이나 커뮤니티로 새로운 방식의 문화와 행복을 가꿀 계획입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이야기하고 내가 거둔 성취를 자기 안에만 가두는 것이 아닌, 나의 지나간 시간을 살고 있을 이들이나 같은 세대 친구들에게 건네는 위로들.
고유한 한 사람의 정서적 도피처가 될 만한 그런 곳. 누군가 방심하며 이곳에 머무르다 보낸 몇 시간이 여태껏 인식하지 못한 다른 삶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속삭임.
우리 집에 맑은 향을 사르고 음악을 틀며, 조용히 차와 와인 한 잔을 기꺼이 내주고 싶은 분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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