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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타일리스트의 집  

디테일과 감성이 조화한 공간에서 느끼는 사계절의 변화는 얼마나 낭만적일까.


제주도 제주시 류하(柳河) 하우스



류하(柳河) 하우스는 밝은 생명력을 뜻하는 버드나무와 자유롭게 흘러가는 강의 의미로, 나무와 물이 만나 더없이 울창해지는 것처럼 관계를 중시하는 웹디자이너 & 뜨개질 작가의 집입니다.


요즘 많은 매체에서 저와 집 소개를 시작하면서 집의 내밀함을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와 집 소개글을 작성할 때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보편적인 소개글에 지쳐가기도 하고, 너무 좋은 쪽으로만 삶의 일부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지난 일요일부터 다시 글을 작성해봤습니다. 사실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고, 밝은 면만이 있는 글이 아닐 수 있어서 보내기 직전인 지금도 조금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제일 저답게 표현한 진솔한 소개글 같습니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밝고, 쾌활하지만 내면은 파도가 심하고 혼자서 사색이라 읽고 있는 우울 속에 갇혀있기를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만남에서 다양한 대화를 좋아하고 그 속에서 제가 가지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을 얻지만, 본질적으로는 내향적인 성향이라 다른 사람들과 만남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개인적인 공간에서 저만의 시간이 꽤 필요한 편입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확장하는 동안 신기하게도 관계의 범위에 비례하여 제 집 크기 또한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집과 제 관계를 깊게 파고들어가 보면 본능적으로 삶이 어느 한곳으로 치우쳐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가려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제 집은 10년의 세월 동안 나무테처럼 쌓여왔고 나를 대변할 수 있는 무언가로 가득 찬,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특정한 단어가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제가 추구하는 것과 그냥 저를 오롯이 담은 투박한 제주 구옥에서 저답게 살아가는 중입니다.

by 하우스테이너 이메일 서문(序文)


하우스테이너 류하(柳河) 입니다. 사소하고 오래된 것에 끌립니다. 물건이나 책 또는 노래, 모든 사물과 분야에서 특유의 사소하고 오래된 감성과 분위기를 사랑합니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노래 또는 책의 짧은 한 문장을 혼자 곱씹으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생각을 확장해나가는 순간을 즐깁니다. 작가는 김종완, 가수는 강아솔, 곽푸른하늘, 김거지 노래를 좋아합니다.

종종 소규모 공연을 보는데, 제주도에 있는 동안 갔던 공연에서 많은 추억과 인연이 생겼습니다. 요근래 제주에서 공연을 보러 갔다가 공연 관계자들을 우연히 집에 초대하면서 인연이 되어, 제가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제 집에서 라이브 영상을 촬영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주신 특별한 일도 생겼습니다. 제 공간에 좋아하는 뮤지션 노래가 가득 차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제주도가 주는 선물 같습니다. 특정단어로 정의하기에는 애매하기도 한 집이지만, 내가 그대로 담겨있는 소중한 공간이고 그곳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대학입학이나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에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되느냐로 고민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난 화가가 될 거야, 나는 디자이너가 될 거야, 나는 제품디자이너가 될 거야.” 라며 순탄스럽게 미래를 정의했습니다.

그렇게 유년시절에 제 손에는 하나의 열쇠만을 쥐고 살았는데, 대입 입시를 앞두고 집안 사정으로 열쇠를 꽃을 기회도 없이 문을 잃어버렸고 들어갈 수 있는 사회가 사라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겪은 좌절과 혼자만의 이질감이 너무 힘들었고 반년을 방황하다 무작정 본가에서 나와 혼자 도시로 상경했습니다.

당장 돈을 벌어야하는 현실과 타협점으로 웹디자인을 시작해서 어느새 7년 동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첫 독립, 첫 사회생활이 아니었지만, 이 시작을 기점으로 인생을 대하는 가치관에 큰 변화가 와서 조금 더 유연하게, 하나의 답이 중요한 것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경험해보고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합니다.

첫 직장에서 4년을 일하고 퇴사하면서 안식 기간을 갖고자 제주도에 내려왔습니다. 한달살이로 왔는데 제주의 자연에 반하고, 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유쾌한 시간을 보내며 육지에서 해보지 못한 여러 일들을 접하면서 반년이 흘렀습니다.

한달만 한달만 하면서 제주에서 떠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때 운이 좋게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잠시 한국을 떠났습니다. 일도 일이지만 독일에 있는 동안 주말이면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우연히 방문한 오르쉐 미술관에서 ‘툴루즈 로트렉의 침대’ 작품을 관람했습니다. 그 그림이 왜 그렇게 포근하고 소소하게 보였는지 한참을 작품 앞에 머물렀습니다. 여운이 남아 집에 와서도 로트렉 작가를 찾아보고 글을 계속 읽었는데, 사연 있는 유년시절은 덤이었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커다란 영감과 영향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직접 그려보고 실험해보고 자신의 화풍을 어떤 화파에도 가두지 않고 꾸준히 배워나가는, 나아가 그것을 당연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 모습은 제가 희망하는 삶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태도와 그가 남긴 그림들이 큰 영감과 원동력이 되어 제 집 곳곳에 그의 작품들을 붙여놓고 자주 들여다봅니다.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후 갑자기 잔잔해지는 일상에서 얕은 우울증에 갇힌 적이 있습니다. 친한 언니가 저를 도와준다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다가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고, 입원 중에 치료 외에는 할 것들이 없어서 함께 입원한 언니에게 뜨개질을 한코한코 배우며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전에도 만들기 취미가 있어 가죽공방을 삼년 정도 다녔는데, 가죽은 실수하면 가차 없이 티가 나거나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해서 실수에 굉장히 예민했습니다. 그런데 뜨개질은 실수를 하거나 잘못해도 다시 풀면 되기에, 틀리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터닝포인트였습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 바늘을 잡고 한코한코 뜨며 하루를 정리하며 심신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재미로 하루하루 하다 보니 어느새 뜨개질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인생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도 작가로 표현할 수 있다 생각하기에 작가의 모습인 류하도 더불어 소개합니다.

현재 제품들은 제가 만들고 싶은 디자인을 공유하는 느낌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매해주시는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한마디 한마디에서 감동을, 제가 만드는 것들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성취감을 동시에 얻는 소중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제주도에서 작은 민박을 차려서 지역 작가들과 쇼룸 형태 숙박시설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들은 직접 보고 체험하는 감동을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없기에 좋은 공간과 분위기에서 제품을 체험해보고 그 기억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지속적인 구매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계획과 꿈을 펼치고 싶습니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옛 가치가 가득한 류하(柳河) 하우스에 초대합니다:) 


류하(柳河) 하우스 사진 더보기 → http://naver.me/xLSkCggH

email - culib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