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Ordinary Golden Age) 하우스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조기 은퇴 후 익명의 존재가 되어 겪는 평범함의 연속도 금쪽같이 소중한 시절이라는 의미를 담은 집입니다.
직장인 대다수는 가슴에 늘 사직서를 담아두며 산다고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접객 서비스에 종사하며 유명패션 브랜드와 시계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지점끼리 경쟁이 심했고 회사 눈높이가 치솟으면서 나날이 목표치를 달성하면 할수록 숨통이 죄어왔습니다. 성취감에 중독되면서 대인 관계는 건조해졌고 고객 요구가 버겁다는 느낄 즈음에 선배들이 하나씩 떠나갔습니다.
모두 회사에서 최고라고 칭송한 사람들인데 나도 곧 저런 신세가 되는 건가. 열정을 맹목적으로 회사에 쏟으며 사는 게 과연 옳을까. 휴무일까지 반납하며 회사로 달려가는 내 생활이 제대로 된 삶인가.
소모성 부품에서 벗어나려 박수받을 때 떠나자며 사표를 냈고 사표를 처리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매우 힘들게 그리고 박수받으며 회사를 떠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회사 직함 없이 오로지 나라는 인간으로만 사는 것이 회사 밖에서 얼마나 힘겨울지 몰랐습니다.
명품매장에서 번듯한 정장에 매니저 명찰을 달고 조용조용 얘기해도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인 시절을 벗어나니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줌마 ‘전업주부’를 환영하는 곳은 드물었습니다.
독서모임에 참여했는데 직업을 묻습니다. 전업주부라고 하자 모임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습니다. 사진동호회, 그림 모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회사가 어느 정도 개인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남편 소득으로 살림만 하는 여성은 인생을 마치 공짜로 사는 사람으로 인식했고 실제 이런 표현을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고역이며 유쾌하지 못한 상황에 마주한 큰 이유는 퇴사 후 인생을 진지한 고민과 준비 없이 직장을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삶을 위해 평생 자신이 갖고 놀 무언가가 필요한데 저는 그것을 놓쳤습니다. 취향과 취미, 저만의 철학과 사색 없이 회사가, 주변에서 해야 한다는 대로 살았기에 대처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3년이 지나 회사문을 다시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치이고 차이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며 제2의 질풍노도를 보내니 아주 조금 땅이 굳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즐거움을 찾아가면서 마음에 여유가 자리 잡혔고, 이제 살며시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중입니다.
by 하우스테이너 황금 시대
하우스테이너 오가(Ordinary Golden Age) 입니다. 퇴사를 하고 서울을 떠나 난생 처음 타지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1년은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여행도 다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내다 낯선 곳에서 전업주부 생활이 막막해지며 무료함이 커졌습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고 블로그를 검색하다 우연히 마크라메 작품사진을 봤습니다. 아주 멋있고 세련된 행잉 공예품을 갑자기 배워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겨 바로 공방에 자격증 과정을 등록해 버렸습니다.
느닷없이 시작한 마크라메로 잡념도 많이 떨칠 수 있었고, 스스로 고민해서 만드는 도안으로 완성해가는 피스가 늘어갈 때마다 잃어버린 성취감도 다시 맛보며 기뻤습니다.
깊이 고민한 그 어떤 결정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책이나 지인 충고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공간을 바라보는 눈과 관심이 생겼고 집에 조화롭게 어울릴 것들을 생각하는 계기였습니다.
새로운 자아가 싹트면서 남편도 일상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취미도 없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뭔지도 모른 채 일에만 집중한 남편이 제 그림을 보고 자신의 감상을 얘기하며 대화가 늘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취미가 생기고 자신의 감성을 주장하는, 그러면서 바닷가에 자리 깔고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사랑하는 모습은 집안이 변하니 감성의 소양이 올라가는 생생한 증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변화는 2016년 ‘비밀독서단’ 방송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패널들이 책 리뷰를 하며 서로 서평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하지 못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가장 인상적이고 감명을 준 ‘윤미네 집’ 은 평범한 어느 가족의 사진집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개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한 영화 ‘여름의 조각들’ 은 국가가 탐을 낼 만한 아르누보 시대 대가 작품을 숱하게 소장한 어머니 유품을 세 남매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잔잔하게 다룹니다.
제 아무리 위대한 작품도 박물관 유리관에 갇혀 있는 것보다 누군가의 공간에서 활용할 때 더 빛을 발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림을 사고 그리며 집에 두고 싶은 제 영혼을 깨운 영화로 간직하며 가끔 특정한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고,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도슨트도 하고 싶습니다. 펜화를 그리기도 하며 작가들 원화를 소장하고 있고 특히 태우 작가 작품이 많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소장한 태우 작가 작품은 창밖 파란 물과 꼿꼿하게 서 있는 알로카시아를 모노톤으로 대비해서 묘사했습니다. 회색으로 그린 알로카시아를 보고 죽은 화초라고 하기도 하지만 창밖의 새파란, 마치 바다를 연상하는 물을 강조하려고 알로카시아를 모노톤으로 그렸을 뿐이고 죽은 알로카시아가 저리 꼿꼿하게 서 있을 리 없다고 믿습니다. 먹으로 묘사한 꼿꼿하게 서 있는 알로카시아 에너지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그림이라 더욱 정이 갑니다.
오가(Ordinary Golden Age) 하우스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조기 은퇴 후 익명의 존재가 되어 겪는 평범함의 연속도 금쪽같이 소중한 시절이라는 의미를 담은 집입니다.
직장인 대다수는 가슴에 늘 사직서를 담아두며 산다고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접객 서비스에 종사하며 유명패션 브랜드와 시계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지점끼리 경쟁이 심했고 회사 눈높이가 치솟으면서 나날이 목표치를 달성하면 할수록 숨통이 죄어왔습니다. 성취감에 중독되면서 대인 관계는 건조해졌고 고객 요구가 버겁다는 느낄 즈음에 선배들이 하나씩 떠나갔습니다.
모두 회사에서 최고라고 칭송한 사람들인데 나도 곧 저런 신세가 되는 건가. 열정을 맹목적으로 회사에 쏟으며 사는 게 과연 옳을까. 휴무일까지 반납하며 회사로 달려가는 내 생활이 제대로 된 삶인가.
소모성 부품에서 벗어나려 박수받을 때 떠나자며 사표를 냈고 사표를 처리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매우 힘들게 그리고 박수받으며 회사를 떠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회사 직함 없이 오로지 나라는 인간으로만 사는 것이 회사 밖에서 얼마나 힘겨울지 몰랐습니다.
명품매장에서 번듯한 정장에 매니저 명찰을 달고 조용조용 얘기해도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인 시절을 벗어나니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줌마 ‘전업주부’를 환영하는 곳은 드물었습니다.
독서모임에 참여했는데 직업을 묻습니다. 전업주부라고 하자 모임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습니다. 사진동호회, 그림 모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회사가 어느 정도 개인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남편 소득으로 살림만 하는 여성은 인생을 마치 공짜로 사는 사람으로 인식했고 실제 이런 표현을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고역이며 유쾌하지 못한 상황에 마주한 큰 이유는 퇴사 후 인생을 진지한 고민과 준비 없이 직장을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삶을 위해 평생 자신이 갖고 놀 무언가가 필요한데 저는 그것을 놓쳤습니다. 취향과 취미, 저만의 철학과 사색 없이 회사가, 주변에서 해야 한다는 대로 살았기에 대처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3년이 지나 회사문을 다시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치이고 차이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며 제2의 질풍노도를 보내니 아주 조금 땅이 굳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즐거움을 찾아가면서 마음에 여유가 자리 잡혔고, 이제 살며시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중입니다.
by 하우스테이너 황금 시대
하우스테이너 오가(Ordinary Golden Age) 입니다. 퇴사를 하고 서울을 떠나 난생 처음 타지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1년은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여행도 다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내다 낯선 곳에서 전업주부 생활이 막막해지며 무료함이 커졌습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고 블로그를 검색하다 우연히 마크라메 작품사진을 봤습니다. 아주 멋있고 세련된 행잉 공예품을 갑자기 배워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겨 바로 공방에 자격증 과정을 등록해 버렸습니다.
느닷없이 시작한 마크라메로 잡념도 많이 떨칠 수 있었고, 스스로 고민해서 만드는 도안으로 완성해가는 피스가 늘어갈 때마다 잃어버린 성취감도 다시 맛보며 기뻤습니다.
깊이 고민한 그 어떤 결정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책이나 지인 충고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공간을 바라보는 눈과 관심이 생겼고 집에 조화롭게 어울릴 것들을 생각하는 계기였습니다.
새로운 자아가 싹트면서 남편도 일상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취미도 없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뭔지도 모른 채 일에만 집중한 남편이 제 그림을 보고 자신의 감상을 얘기하며 대화가 늘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취미가 생기고 자신의 감성을 주장하는, 그러면서 바닷가에 자리 깔고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사랑하는 모습은 집안이 변하니 감성의 소양이 올라가는 생생한 증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변화는 2016년 ‘비밀독서단’ 방송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패널들이 책 리뷰를 하며 서로 서평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하지 못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가장 인상적이고 감명을 준 ‘윤미네 집’ 은 평범한 어느 가족의 사진집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개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한 영화 ‘여름의 조각들’ 은 국가가 탐을 낼 만한 아르누보 시대 대가 작품을 숱하게 소장한 어머니 유품을 세 남매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잔잔하게 다룹니다.
제 아무리 위대한 작품도 박물관 유리관에 갇혀 있는 것보다 누군가의 공간에서 활용할 때 더 빛을 발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림을 사고 그리며 집에 두고 싶은 제 영혼을 깨운 영화로 간직하며 가끔 특정한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고,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도슨트도 하고 싶습니다. 펜화를 그리기도 하며 작가들 원화를 소장하고 있고 특히 태우 작가 작품이 많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소장한 태우 작가 작품은 창밖 파란 물과 꼿꼿하게 서 있는 알로카시아를 모노톤으로 대비해서 묘사했습니다. 회색으로 그린 알로카시아를 보고 죽은 화초라고 하기도 하지만 창밖의 새파란, 마치 바다를 연상하는 물을 강조하려고 알로카시아를 모노톤으로 그렸을 뿐이고 죽은 알로카시아가 저리 꼿꼿하게 서 있을 리 없다고 믿습니다. 먹으로 묘사한 꼿꼿하게 서 있는 알로카시아 에너지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그림이라 더욱 정이 갑니다.
우리 집에 소중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려는 분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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