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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

나를 표현하고 온전히 나에게 주목하는 집은 얼마나 커다란 선물일까?


경기도 분당 비버럴(B-beral) 하우스



비버럴(B-beral) 하우스는 ‘Be liberal’, ‘B(혈액형)+liberal’ 의미로, 자유분방한 건축과 디자인을 추구하는 실내 건축 디자이너의 집입니다.


"여기에는 시간이 머무는 집인 것 같아, 도시에는 시간이 다 도망가 버렸는데..." (2011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 가슴에 많이 남습니다. 정기용 선생님의 진도리 마을회관 프로젝트에서 ‘감응’, 이 단어가 감동적이었습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며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저는 클라이언트의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공유했을 때, 유행하는 형태보다 클라이언트의 시간과 기억을 담아주는 공간을 만들고 상호간에 감동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설계 전 인터뷰에서 꼭 물어봅니다. 살면서 언제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냐고.

집이란 집주인의 시간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미래를 담고 누군가는 과거를 담기도 합니다. 유쾌한 여행지의 시간을 담기도 하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담기도 합니다.

마당의 나무를 베어버리자고 하던 한남동 주택 집주인이 있었습니다. 약간 닭살 돋는 말에 끄떡여준 건축주를 보며 용기를 얻은 기억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자녀분과 이 나무 아래서 만들 행복의 추억을 유산으로 남겨주시려면 이 나무는 꼭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행복한 시간을 여기 담아주세요. 나중에 이 나무를 보면 부모님을 항상 생각하게 될 겁니다."

조금 유치하고, 조금 비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시도하면 매우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by 하우스테이너 ‘감응’ 철학


하우스테이너 할아버지는 건축을 했고 작은 아버지도 건축사여서 집에는 도면과 잡지가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 자연스레 건축잡지와 디자인 잡지를 접하며 근사하다는 감정을 오랫동안 품었습니다.

건축을 하게 된 계기는 백남준 작품 중에 ‘걸음을 위한 선’ 비디오 클립 영향이 컸습니다. 존 케이지의 음악과 퍼포먼스에 심취하였는데, 백남준이 바이올린을 끌고 가는 퍼포먼스에서 비로소 저도 스스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진로를 정해야 하는 시기에 부친이 정해준 대학 원서를 담임 선생님 앞에서 제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했고 부친은 제가 원하는 길로 가는 것을 인정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정하고 실내건축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을 배우는 과정에서는 동그란 안경을 주로 쓰는 위대한 분들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그렇듯이 프랭크 게리, 장 누벨, 리차드 마이어, 알도 로시, 르 꼬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데 로에를 흠모했습니다.

farnsworth house, 낙수장(falling water) 평면을 슬라이드로 보는 순간 빠져드는 것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을 안겨줬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제 건축 여정에서 형태에 꼭 집착하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반영해서 구현하려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세상에는 좋고 예쁜 것이 매우 많기에, 저만의 형태나 스타일에 정착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니멀한 공간도 투머치한 공간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주변 동료, 후배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위대한 스승이 옆자리와 앞자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영화와 음악, 광고, 여행 그리고 가족에게서 더 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아내는 세라믹 디자이너, 자녀는 사진학도를 꿈꾸는 학생이고, 우리 가족은 여행, 더 깊게는 길(road)과 그곳의 문화를 재미있게 탐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여행보다는 과거부터 내려온 길과 함께해온 역사를 즐기려고 합니다. 길에는 삶과 시간이 스며있고, 여행은 그 길의 시간을 담아오는 주머니입니다. 그리고 저는 시간을 공간에, 아내는 도자기에, 아들은 사진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내는 대학에서 같은 전공이었으나 취미로 빈티지 핸드메이드 세라믹을 사랑해서 구매차 유럽을 떠돌다 지금은 직접 만들고 굽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기를 보러 리버풀 안필드를 방문하는 리버풀 팬입니다. 리버풀 공식후원사인 칼스버그 관련 책을 보다가 우연히 리버풀에 빠져서 2000년도부터 팬을 자처했습니다. 리버풀의 전방압박에 이은 빠른 공격전개는 아주 시원하고, 클롭 감독이 ‘3골 먹으면 4골 넣지 뭐’ 전술도 마음에 듭니다.

최근 챔피언스리그 리버풀 vs 바르셀로나 경기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안필드는 스티븐 제라드 은퇴 전에 방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 은퇴 이후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리버풀은 비틀즈와 함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고. 아내도 최애하는 도시입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와 르망24h, 굿우드 페스티벌을 관람 다니는 모터스포츠 팬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운송디자인에 흥미가 생기면서 형태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모터스포츠 역사는 바람과 균형을 다듬는 역사라고 할 수 있기에, 그 과정에서 나온 산물인 롱노즈 숏데크 같은 클래식 스포츠카 비율과 형태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아들은 2016년도 르망24h 내구레이스 경주에서 도요타의 염원인 르망24우승을 3분 남기고 고장으로 멈춰선 도요타 lmp1 레이스카의 드라마를 보고 모터스포츠에 빠졌습니다. 23시간 57분을 독주하다가 3분을 지키지 못한 르망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시즌이었습니다. 아내는 2017년도 마카오 그랑프리 f3결승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마카오서킷에서 관람하고 함께 팬이 되었습니다.

주말 아침에 카페레이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한산한 길을 공랭식 엔진과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헬맷 윈드실드를 열고 천천히 바람을 맞으며 공냉식 엔진이 내는 ‘바라라라’ 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유쾌합니다.

우리는 오디오 하드웨어보다는 음악 자체를 사랑해서 디스코나 훵크(funk)에 맞춰 흔들흔들하기도 하고, jackie mittoo의 하몬드 오르간 연주를 듣다 집에 있는 위스키를 모두 하이볼로 섞어 마셔보는 무모한 가족이기도 합니다.

2004년 1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비가 많이 와서 힘들었는데 자바 재즈페스티벌, north sea 재즈페스티벌 같은 국제적인 재즈축제가 한국에도 생겨 아주 기뻤고 최고로 손꼽는 공연입니다.

버깃리스트는 2019년도에 갑작스러운 폭설로 입구에서 막혀 못 올라간 스텔비오 패스를 알파로메오를 타고 올라가서 3개 국어가 난무하는 정상에서 인증샷 찍기입니다. 그리고 후배와 동료 디자이너들이 공모에서 탈락하거나 경쟁입찰에서 떨어져서 발표하지 못한 작업들을 정리해서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종이나 하드 폴더에만 남기에는 아까운 작품이 많아 새로운 아카이브로 만들어 또다른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분위기에 빠지고 싶은 분들을 초대합니다:)  


비버럴(B-beral) 하우스 사진 더보기 → http://naver.me/54VqFaHv

email - culib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