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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

나를 표현하고 온전히 나에게 주목하는 집은 얼마나 커다란 선물일까?


서울 합정동 소여가(笑餘家) : 느림과 여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디자이너의 집


소여가(笑餘家)는 소박한 미소가 감도는 가구와 여백의 면적으로 균형미를 추구하는 건축가 부부의 집입니다.


♀ 포르투갈에 갔을 때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알바로 시자 작품을 보려고 여러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다녀온 친구들에게 수소문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작품과 학교 공간, 주거단지도 둘러봤습니다.

시자 작품은 건축을 넘어 가구, 조명, 손잡이와 다양한 하드웨어에 그의 디자인이 뻗어 있습니다. 건물이라기보다 유기체, 생명체처럼 다가왔고, 세세한 부분에까지 닿아 있는 디자인에 감명을 받아 작업할 힘을 얻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건축가 피터 줌터도 정말 좋아하며 신혼여행으로 꼭 줌터 건물을 보러 가자고 신랑에게 조르는 중입니다.

♂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김환기 작가 회고전은 한 작가의 인생을 펼쳐놓아 그의 꾸준함과 집착이 그 끝에 한 점으로 수렴해나가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제 막 내 건축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치열한 꾸준함과 집착이 아닐까.

by 하우스테이너 창작 롤모델


하우스테이너 소여가(笑餘家) 부부입니다.

♀ 어렸을 때부터 책상에 가만히 앉아 종이를 오리고 붙여 스케치북에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패션 잡지에 재미를 붙여 매달 온갖 매거진을 정독했습니다. 멋진 부띠끄 건물과 설계한 건축가 인터뷰를 읽고 건축설계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는 건물 전체의 형태나 크기 자체에서 첫인상을 줄 수 있게, 단정하면서도 포인트가 확실한 외관을 디자인해왔습니다. 난간, 손잡이, 조명처럼 손에 닿는 요소에는 그 건물에 맞는 디자인을 하고 세심하게 조절한 아기자기한 요소를 많이 가미합니다.

직접 인지하기 쉽고 자주 사용하는 것들에서 그 건물이 오래 사랑받을 지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아한 외모와 그 속에 녹아있는 귀여운 액세서리, 그게 제 취향이며 제안하는 방향입니다.

특히 2022년에 직접 토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고 운영하다, 우리 건물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한 분에게 매각하는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의뢰인 심정을 체감하고 이해하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예산 문제와 얽혀있었고, 설계와 시공, 건물을 짓는 숨어있는 과정과 관계를 온몸으로 체험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건물 꼭대기에서 건물을 팔기 전까지 스테이 공간을 만들었고, 공간에 들어갈 집기를 모두 구비해서 안에 들어갈 그래픽을 디자인하며,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만들어 유쾌하게 운영했습니다. 루프탑 바비큐 파티는 로망이었고 이용객의 애정 가득한 손편지도 받는 추억이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같은 직업이라 새로 생긴 건물과 공간을 찾아다니며, 각자 해석하며 영감을 줄 수 있는 전시를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정적인 취향이지만 여행에서 몇만보 걸으며 건축물과 미식 탐방을 사랑합니다.

삼청동 페이지룸8 갤러리는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사면서 인연을 맺었는데 집에 걸어둔 문정 작가와 고니 작가 그림을 갤러리에서 구매했습니다. 처음으로 같이 작품을 구매했기에 의미가 있고, 디렉터도 우리를 알아보시고 반가워 해주셔서 새 전시를 할 때면 관람하고 있습니다.

젊은 작가를 응원하고 있어 우리 집에는 또래 작가 작품이 많습니다. 언젠가 우리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공간이 생기면 갤러리와 새로운 기획을 해보려고 합니다.

마쓰이에 마사시가 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추천합니다. 건축과를 갓 졸업한 학생이 존경하는 건축가 사무소에 취직해서 보내는 어느 여름과 그 후의 일을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두 건축가의 잔잔한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이 편안해집니다. 건축이라는 것이 얼마나 삶에 맞닿아 있는지, 그 안에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건축가는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아닌 재료의 물성도 알아야 좋은 가구와 공간, 디자인이 나온다고 믿으며 목공방에서 목재가구 제작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탐구하는 의미를 넘어 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잡념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요즘 국내 공간 디자이너들이 가구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간 클라이언트 의뢰를 받아 브랜드나 공간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해왔는데, 우리 집 가구를 손수 디자인하고 만들어보면서 보편적으로 생활에 녹아들 수 있는 디자인 가구와 제품을 상품화하고 싶은 꿈이 생겼습니다.

♂ 건축을 하는 이유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그저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기에 흥미를 가지면서 출발했습니다. 아마 건축이 아닌 자동차나 물컵 같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선택했다면 그 일을 이어나가고 있을 듯 합니다.

무색무취한 사람보다 자기만의 개성과 태도가 뚜렷한 사람에게 호감이 가듯이 건축과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을 봤을 때 건축가나 건축주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게 하는 건물에 매력을 느낍니다.

파리 퐁피듀 센터에서 요셉 보이스 <plight> 작품을 마주했는데, 큰 방에 작가가 즐겨 쓰는 재료인 펠트로 벽 전체를 두룬 방 안에는 그랜드 피아노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퀴퀴한 냄새에 쓸쓸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특이한 순간이었고 시각적 경험을 초월한 작품에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책은 『깊이에의 강요』(파트리크 쥐스킨트) 입니다.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 한 마디에 매몰되어 심신이 무너져내리고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입니다.

매우 짧은 소설임에도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뒷걸음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무심한 한 마디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작품의 깊이라는 게 내 목표가 될 수 있는지 같은 고민을 남겼습니다.

우리 집에 가치와 자아를 공간에 투영하는 건축에 관심 있는 분들을 초대합니다:)


소여가(笑餘家) 사진 더보기 → https://naver.me/x0zdVoZ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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